결정 장애일 때 랜덤에 맡기는 법
점심 메뉴를 십 분 넘게 고민한 적이 있다면 결정 피로를 겪은 것입니다. 사람이 하루에 내릴 수 있는 판단의 질에는 한계가 있고, 사소한 결정에 그 한계를 쓰면 정작 중요한 결정에서 판단력이 떨어집니다.
결정 피로는 실제로 존재한다
결정 피로는 연속해서 판단을 내릴수록 판단의 질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.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 여러 형태로 관찰되어 왔습니다.
피로가 쌓이면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납니다. 하나는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고 미루는 것이고, 다른 하나는 아무렇게나 골라 버리는 것입니다. 둘 다 좋은 결정이 아닙니다.
핵심은 판단의 총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. 어떤 결정에 그 총량을 쓸지 자체가 하나의 전략이 됩니다.
무작위에 맡겨도 되는 결정의 조건
모든 결정을 무작위로 할 수는 없습니다. 판단 기준은 간단합니다. 어느 쪽을 골라도 결과가 비슷하고 되돌릴 수 있다면 무작위로 맡겨도 됩니다.
점심 메뉴가 대표적입니다. 김치찌개와 돈가스 중 무엇을 먹든 하루가 크게 달라지지 않고, 마음에 안 들면 다음 끼니에 바꾸면 됩니다. 이런 결정에 십 분을 쓰는 것은 순수한 낭비입니다.
반대로 되돌리기 어렵거나 결과 차이가 큰 결정은 절대 무작위로 하면 안 됩니다. 이직, 계약, 큰 지출 같은 것들이죠. 이런 결정에 쓰라고 판단력을 아끼는 것입니다.
- 맡겨도 됨: 메뉴, 볼 영화, 산책 코스, 순서, 어느 카페
- 맡기면 안 됨: 이직, 계약, 큰 지출, 사람에 대한 판단, 안전이 걸린 선택
후보를 먼저 거르는 것이 진짜 결정
무작위에 맡기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.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까지 후보를 좁히는 것입니다.
이 과정이 실질적인 결정입니다. 열 개 후보에서 명백히 아닌 것들을 빼면 서너 개가 남고, 그 셋은 사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것들입니다. 그때부터는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옵니다.
룰렛을 돌린 뒤 그건 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후보를 제대로 거르지 않은 것입니다. 그 반응 자체가 정보이므로, 다시 돌리지 말고 왜 아닌지를 생각해 보세요.
동전 던지기의 숨은 용도
두 가지 중 고민될 때 동전을 던지는 방법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쓰임새가 있습니다. 결과를 따르는 게 아니라 결과를 본 순간의 자기 반응을 관찰하는 것입니다.
앞면이 나왔을 때 아쉽다는 느낌이 들면 사실 뒷면을 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. 스스로도 몰랐던 선호가 결과를 보는 순간 드러납니다.
이 방법은 무작위를 결정 도구가 아니라 자기 이해 도구로 쓰는 것입니다.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.
반복되는 결정은 규칙으로 만든다
매일 반복되는 결정이라면 무작위보다 규칙이 낫습니다. 월요일은 한식, 화요일은 면류처럼 정해 두면 결정 자체가 사라집니다.
규칙이 지루해지면 규칙 안에 무작위를 넣으세요. 요일별 분류는 고정하고 그 안에서 메뉴만 무작위로 고르는 식입니다. 선택의 폭은 유지하면서 고민 시간은 줄어듭니다.
옷차림이나 아침 루틴처럼 매일 하는 결정을 규칙으로 만들면, 하루에 아낄 수 있는 판단력이 꽤 큽니다. 유명한 사람들이 같은 옷만 입는다는 이야기의 배경이기도 합니다.
여럿이 정할 때는 무작위가 더 강력하다
혼자 정할 때보다 여럿이 정할 때 무작위의 가치가 큽니다. 아무거나 괜찮다는 말이 돌고 도는 상황에서, 무작위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결정을 끝내는 방법입니다.
특히 의견을 강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 모임에서 유용합니다. 무작위로 정하면 목소리 큰 사람의 영향이 사라지고, 결과에 대해 누구도 불평할 대상이 없습니다.
이때는 과정이 보이는 도구가 좋습니다. 룰렛처럼 모두가 함께 결과를 기다리는 형태가 텍스트 결과보다 훨씬 잘 받아들여집니다.
여기서 바로 사용해 보기
글에서 설명한 내용을 아래에서 바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.
입력 방식
가중치 룰렛 사용법
- 한 줄에 하나씩 입력하면 룰렛 칸이 만들어집니다.
- 가중치를 쓰려면 선택지 뒤에 *숫자를 붙입니다. 예: 영화 보기*3
- 가중치가 클수록 룰렛 조각도 커지고 당첨 확률도 높아집니다.
가중치를 생략하면 1로 처리합니다. 헷갈리지 않도록 이름*숫자 형식으로 입력하는 것을 권장합니다.
결과
룰렛을 돌리면 결과가 표시됩니다.
전체 기능으로 사용하기
전체 화면, 결과 저장 같은 기능은 도구 페이지에서 모두 쓸 수 있습니다.
자주 묻는 질문
중요한 결정도 무작위로 해도 되나요?
안 됩니다. 되돌리기 어렵거나 결과 차이가 큰 결정은 반드시 판단으로 정해야 합니다. 무작위는 어느 쪽이든 괜찮은 결정에 쓰는 시간 절약 수단입니다.
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돌려도 되나요?
다시 돌리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정보입니다. 그 항목이 싫다는 뜻이므로 후보에서 빼고 다시 돌리세요. 계속 다시 돌리기만 하면 무작위를 쓰는 의미가 없습니다.
후보를 몇 개로 좁히는 게 좋나요?
세 개에서 다섯 개 정도가 적당합니다. 그보다 많으면 고르는 과정 자체가 다시 부담이 되고, 두 개면 동전 던지기가 더 빠릅니다.
어떤 도구를 쓰는 게 좋나요?
혼자 빠르게 정할 때는 동전이나 이름 뽑기가, 여럿이 함께 볼 때는 룰렛이 좋습니다. 예 아니오로 답이 나오는 질문이라면 매직 8볼도 잘 맞습니다.
무작위로 정하는 게 무책임하지 않나요?
어느 쪽을 골라도 결과가 비슷한 결정이라면 오히려 합리적입니다. 판단력은 한정된 자원이고, 그 자원을 중요한 곳에 남겨 두는 것이 목적입니다.